구한말 개화기 이래 서구 문물에 문을 연 지 1세기가 지나도록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갇혀 있었다. 1989년 이른바 ‘국외여행 자유화’를 계기로 배낭 하나 짊어지고 외국으로 뛰쳐나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왕성하게 선진 문물을 체험하고 흡수했지만, 10년 만인 97년 외환위기에 좌초해 ‘국제표준’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하지만 기적처럼 ‘환란’을 이겨내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되살아난 한국인의 자존심과 한국문화에 대한 자신감은 ‘한류’, ‘아이티 강국’의 명성을 낳았다. 지금껏 서구화, 산업화, 세계화의 구호 아래 자본주의를 흉내내기나 따라하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디지털을 도구삼아 우리 나름의 문화로 소화하고 새롭게 재창조해내는 ‘멀티컬처(복합융합문화)시대’가 열리고 있다. 음악을 비롯한 공연, 영화, 패션, 음식, 건축, 인테리어, 거리, 인종 등등 우리 문화와 생활 전반에 걸쳐 드러나고 있는 그 문화교배 현상과 흐름을 몇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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