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벤트〉
유은실의 아주 특별한 이별 이야기
2005년 등단 이후, 네 권의 책을 펴내면서 독자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폭넓게 신뢰를 얻고 있는 유은실은 지금 아동문학 문단에서 자신만의 브랜드 네임을 가진 몇 안 되는 작가다.『마지막 이벤트』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장례식을 경험하는 6학년 남자아이를 통해 엄격한 형식과 거추장스러운 절차로 가득한 장례식을 세심한 관찰과 특유의 화법으로 그려 보인다. 아이들을 한사코 죽음의 곁에서 멀리 두려는 어른들 덕에 아이들이 경험하는 최초의 장례식은 대개 조부모님의 장례식이 되기 쉽다. 죽음이 무언지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누군가의 부재 때문에, 혹은 다른 가족들의 절절한 슬픔과 눈물 때문에, 혹은 생소하고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럽다. 하나의 삶이 끝을 맺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숙연하고 막막하고 가슴 저미는 일이지만 사실상 세상의 모든 장례식이 그렇게 숙연하지만은 않다. 『마지막 이벤트』의 표시한 할아버지의 장례식 역시 슬프고 황당하고 웃긴 상황이 끊임없이 뒤섞인다. 그리고 영욱이가 모든 걸 아이다운 단순함과 순진함으로 바라보는 덕에 장례식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장례식은 주인공이 부재한 채로 치러지는 유일한 잔치이며, 삶의 온갖 비루하고 수치스러운 면면이 드러나는 한판 난장이기도 하다. 표시한 할아버지의 장례식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치사한 구석도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삶 또한 그렇지 않은가. 할아버지가 준비해 둔 특별한 이벤트는 남은 가족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지만, 거기에는 할아버지의 일평생과 후회와 용서가 담겨 있다. 한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죽음을 통한 용서와 화해를 경험한 뒤, 새로운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결국 모든 장례식은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누군가는 떠나도 삶은 계속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들려주고 있으니까. 그리하여 부모들이 염려하는 것과 달리 아이들도 장례식에서 인생을 배운다. 배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 이벤트』가 아동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아동문학이기 때문에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유은실 지음/바람의 아이들·8500원.
도서출판 바람의 아이들 남경미 편집자 windchild04@hanmail.net
▷ 〈마지막 이벤트〉도서 정보 보기